발차기
이 책은 요즘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 10대 임신, 미혼모, 낙태의 문제를 담고 있다. 요즘 청소년들은 성적인 면에서 지나칠 정도로 개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친구들의 성적인 경험담은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개방적인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지켜야 한다. 책임을 질 수 없을 것 같으면 피임을 제대로 하든지 해야하는데 쾌락을 즐기기에 급박해 보인다. 때문에 10대 미혼모들이 많이 늘고 10대 낙태가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성교육을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장난으로 받아들일 뿐 수업은 진지하게 진행되지 않고 재미없고 학생들은 그저 자극적인 것을 원할 뿐이다. 교육도 잘못되었고 학생들도 잘못 되었다. 본인이 보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하는 것을 주장하는 바이다. 이 책은 주인공 여학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를 갖게 되자 남자친구 쪽이 돈을 주며 아이를 지우자고 하고 무책임하게 나오는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문제들이다. 남자의 몸은 여자가 임신한다고 바뀌는 것이 없다. 죄책감이 들 뿐이다. 하지만 여자는 다르다. 아이를 낳아도 키우는데 돈이나 학벌의 문제가 있고 지우면 평생 남을 좋지 못한 기억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에게 동화되어 감정도 느껴보고 성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바이다.
발차기 는 고등학교 2학년 경희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된 시점부터 서너 달 동안의 심경을 담은 이야기이다. 인정하기조차 무서웠던 배 속 생명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사랑하기까지, 경희가 가슴앓이하는 과정 속에는 자신도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인식,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 생명을 잉태할 수 있기에 사랑이 더욱 아름다운 것이라는 깨우침이 담겨 있다.
난 할 거다 와 14살의 자전거 등 청소년 소설을 선보여 온 지은이 이상권은 생태 동화나 생태 수필을 쓴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자연과 생명과 성장을 주요 소재로 삼아 온 작가는 이번 발차기 에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깨닫는 십대, 스스로 생명을 지켜 낼 수 없어 고민하는 십대의 모습을 현실감 넘치게 그렸다. 임신한 십대는 문제아라는 통념을 깨고, 소중하고 신비로운 생명을 끝까지 지키고자 노력하는 경희의 이야기를 담았다.
누구도 리틀맘을 엄연한 한 주체로 봐 주지 않고, 배 속 아이는 더더욱 신경 쓰지 않기에, 이 책은 경희와 태아의 심경에 주목한다. 단 일주일이라도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은 경희, 소중한 생명을 지키려고 애쓰는 경희에게서 문제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무엇인지 알 수는 없으나 지금까지 몰랐던 또 다른 가능성’을 애타게 찾는 경희는 쉽게 임신중절수술을 권하는 어른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경희는 이런 어른들에게 자신을 맡기지 않고, 배 속에서 울리는 힘찬 발길질에 귀를 기울이며 생명을 품은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또 다른 사계랑 같이 사는’ 십대들이 어떤 심정으로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