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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우(梨花雨) 흩날릴때울며 잡고 이별(離別)한 님 추풍 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리(千里)에 외로온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이 작품은 전라도 부안 출신 기생이었던 매창의 시조 작품이다.매창은 계랑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는데, 이 작품이 실린 <가곡원류>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전하고 있다."계랑은부안의 이름난 기생으로 시를 잘 지어 <매창집>이 세상에 나와 있다. 촌은 유희경의 오랜 벗으로, 촌은이 서울로 돌아간 뒤 소식이 없었다. 이에 이 노래를 지어 수절했다."이 기록에서는매창이 부안에서 관기로 있을 때 그곳을 방문했던 유희경과 헤어진 이후에 그리움을 담아 지은 것이라 기록하고 있다.작품의 내용도 초장에서는 화자가 님과 헤어질 때의 상황을 제시하고, 중장과 종장에서는 떠난 이후 소식이 없는 상대를 기다리는 심정이 절절하게 그려지고 있다.아마도 이 작품은 떠난 후 소식이 없는 님을 생각하며 창작한 것으로 여겨지며, 작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이 묻어나 있다고 할 수 있다.그 결과 당시 사람들은이 작품이 작자인 매창과 유희경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으며, 지금까지도 둘 사이의 로맨스는 이러한 관점에서 알려져 있다.무엇보다 시조와 함께 전하는 창작 동기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라 하겠다.그러나 매창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그의 삶을 조명하여평전으로재구성한 김준형에 의하면, 유희경을 잊지 못해 ‘수절’했다는 부분은사실이 아니라고 한다.저자는 여러 기록들을 통해서 매창이 유희경과 헤어진 후에도, 기녀 생활을 계속하며 새로운 남성들과 인연을 맺은 사실을 밝히고 있다.어쩌면 조선시대 기녀들의 삶을 통해서 볼 때, 잠시 인연을 맺었던 남성을 잊지 못해 수절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진다.국가 기관이나 지방 관아에예속되어 있었던 기녀가 자신의 본분을 잊고 수절을 하면서 지낸다는 것은 당시의 실정법에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시와 사랑으로 세상을 품은 조선의 기생 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매창 평전>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녀의 삶에 대해서 어느 정도 그 일단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무엇보다 조선시대 기녀과 관련된 기록들은 사대부 남성들의 시각에서 흥미 위주로만 전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을 객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한 인물의 삶을 재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업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다소 대상 인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감상적인 면이 없지는 않지만, 일천한 자료 속에서 적지 않은 분량의 평전으로 재구성한 저자의 열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2018년 7월 7일김용찬
통념에 갇힌 기생의 이미지, 그 허상을 벗기다
한겨레역사인물평전 조선편. 아무나 꺾을 수 있는 길가의 꽃이라 하여 노류장화(路柳墻花) 라 일컬어졌던 수많은 기생들. 이 말에는 기생을 하찮게 여기던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멸시와 그들에게 웃음을 팔아야 했던 여인들의 애환이 함축되어 있다. 남자들만의 세계, 양반들만의 세상에서 천민으로 살아간 기생들은 자신의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런데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기생들 가운데 유독 매창은 지금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다. 평생토록 유희경을 유일한 정인으로 삼으며 춤과 노래, 시 등에서 뛰어난 재능을 펼치다가 38세에 짧은 생을 마쳤다는 비운의 기생. 하지만 그녀가 일편단심의 사랑을 했다는 통념은 후대 사람들에 의해 각색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삶 혹은 후대 사람들의 각색을 폄하할 순 없다.
현재까지 전해오는 매창의 시 58편,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 주고받은 시들을 기초 자료로 사용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조선시대에 창작된 고아하고 품격 있는 시들을 통해 매창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매창 주변 인물들의 문집 역시 평전 집필을 위한 실증적 자료로 사용되었다. 다행히도 매창이 유희경, 허균, 이귀, 고홍달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양반들과 당당한 벗으로 교유한 덕분에 그들의 문집에 매창에 관한 기록들이 간간히 남아 있고, 그 자료들을 꼼꼼히 살펴 매창의 삶을 재구해낸 것이다.
발간의 글 _‘한겨레역사인물평전’을 기획하며 (정출헌|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점필재연구소 소장)
머리말 _그들이 사랑했던 기생, 매창의 자취를 찾아서
1장 매창, 기생이 되다
아전 아비와 관비 어미의 슬하에서|기생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한 밑그림들|관기로서 매창의 삶을 재구하다|예비 예술인으로서의 훈련 과정
2장 어린 기생, 매창
기생 명선을 통해 본 동기의 삶|기역과 기명에 관한 추적|계생, 계수나무 위로 떠오른 둥근 달|성인 기생이 된다는 것은|전문 기예인이 된다는 것은|기명을 얻은 후 매창의 일상|매창의 성장기를 함께한 부안현감들
3장 유희경과의 사랑, 그리고 이별
아전들이 엮어준 매창집 |매창과 매창집 에 대한 오해|42세 시객 유희경과의 첫 만남|유희경의 문집에 남은 매창의 흔적|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십여 년 만의 해후
4장 기첩으로서의 매창, 그리고 서울 생활
서울에서 보낸 삼 년, 그 흔적 찾기|매창의 첩살이를 증명하는 이야기들|매창과 류도의 깊은 인연|매창을 첩으로 들인 의문의 주인공|누군가의 첩이 된다는 것은|관기를 첩으로 들이는 네 가지 방법|첩살이 덕분에 피한 아찔한 사건들
5장 다시 돌아온 부안, 그리고 전쟁
꿈만 같았던 서울 생황을 마치고|임진왜란 이후 혼란스러웠던 부안의 사정|성숙해진 매창, 시기로 거듭나다
6장 매창, 연회에 나서다
하층민의 삶을 재구하다|스물아홉, 허균과의 첫 만남|매창의 연인 이귀|허균을 통해 이어진 인연의 고리들|관찰사와 기생의 관계|연회의 꽃 기생|위로받고 위로하는 존재|매창의 시제를 아낀 이들|문인들의 기록에 남은 서른셋 기생의 삶|매창이 남긴 의문의 시 한 편
7장 동지 허균과 그 벗들
허균과 민인길, 운명의 첫 만남|민인길의 뒤를 이은 현감들|양반 유람에 빠질 수 없는 동반자들|변산의 아름다움에 취하다|유람에서 주고받은 시|허균, 새로운 세상을 꿈꾼 혁명가|매창의 시에 담긴 허균의 부안 생활|권세와 부귀에 연연하지 않는 삶|허균, 변산 유람에 나서다|허난설헌의 시로 허균을 위로하다|그들이 꿈꿨던 소박한 세상
8장 문인들과 당당하게 교유하다
시끌벅적했던 부안 생활|하나둘 매창의 곁을 떠나고|조선 최고의 시인 권필과의 인연|뱃놀이에 나선 매창과 문인들|신분적 주종 관계를 넘어서|몇 번을 이별하고 다시 만나다|고홍달과 매창의 관계|죽을 때까지 이어진 기생의 부역|사라진 매창의 흔적을 찾아서|발견되지 않은 시첩을 기대하며
9장 매창, 죽다
윤선의 선정비, 논란의 시작|매창, 논란의 중심에 놓이다|허균에게 매창의 존재란|문제의 시를 지은 주인공|파문의 중심에서|새장에 갇힌 새가 날아가듯|시로 매창의 죽음을 애도하다|매창의 죽음, 그 이후
10장 끝나지 않은 이야기
맑고 고운 노랫소리로|매창을 기억하는 수많은 이들|대대손손 사랑받은 까닭
주석|주요 저술 및 참고문헌 목록|연보|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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