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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날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비단이에요. 단이를 낳고나서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정말 미스테리한 일이 하나 있어요. 단이를 낳기 전 지금껏 저희 부부 둘이 살다 진짜 돌콩만한 녀석 하나가 더 추가되었을뿐인데 빨래는 왜 두배로 늘어난거죠? 둘이 살때는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세탁기를 돌리면 끝이었는데 단이가 오고 부터는 일주일에 세탁기를 예닐곱번 돌려도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이제 수월이까지 합세하면 하루에 두번 돌릴 일도 있을까요? OMG! 그러고보면 예나 지금이나 빨래라는건 정말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의 숙명이 아닌가 싶네요. 그깟 빨래 세탁기가 해주는거 뭐 그리 앓는 소리냐고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데 그런 사람치고 세탁기 돌릴줄도 모르는 사람 천지더라~ 흥!! 그래도 이런 문명의 이기 덕분에 편해진건 사실이죠. 그럼 예전에는 대체 어떻게 빨래를 했을까요? 기계로는 흉내조차 못낼 진짜 빨래의 세계를 한번 둘러봐요. 빨래하는 날 홍진숙 글 / 원혜영 그림 232*268mm 36p 양장본 권장연령 4~7세 네버랜드 우리 걸작그림책 39 시공주니어 댕기머리에 속바지를 걷어올리고 빨래를 짜본 나이는 아니지만 저 역시 어린 시절 시골에 내려가면 소쿠리에 빨랫감을 가득 담아 다듬이방망이를 들고 사촌 언니들을 쫄래쫄래 따라나선 기억이 생생해요. 그때만해도 다슬기가 지천이었던 마을 앞 개울물에선 맑은 물이 찰찰 흘러내렸고 크고 넓은 적당한 돌을 빨래판삼아 방망이로 두드리며 흐르는 물에 헹구고 헹구고 했었더랬죠. 언니들 역시 어린 나이라 진주낭군 까지 불러제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당시 유행했던 노래로 흥을 돋우며 빨래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림 속 아이들처럼 해맑은 웃으며 큰 빨래 하는 날을 특별한 행사로 즐거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는 아마 제 기억 속의 나이들보다는 훨씬 어려야 가능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ㅋ 그래도 보기엔정겹죠? 요즘 아이들에겐 아마책의 모든 장면들이 거의 컬쳐쇼크에 가깝지 않을까생각해봐요 :D 빨래 말리는 일을 "햇빛에 밝군다."고 해요. 햇빛에 밝군다니 생전 처음들어보는 표현인데도 어쩜 이리 예쁠까요. 빨래를 하고 말린 다음 풀을 먹이는 과정에서도 풀 냄새가 꼭 갓 한 밥처럼 구수하다는 표현 역시 정겹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예쁘고 착한 표현들이 다 어디로 가버린건지 우리 걸작 그림책들이 있어줘서 그나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저 역시 읽으면서 아이와 함께 새로이 배우는게 정말 많답니다. 호청을 뜯고 옷가지를 챙겨 빨래를 하고햇볕에 밝군 다음풀을 먹여 이슬 아래 또 말리고 나면 모두들 꾹꾹 밟아주고 나서 다듬이질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시 새로 바느질을 시작하지요. 새로 바느질을 한 옷은 새옷처럼 반짝이고 그걸 인두로 반듯반듯 다림질을 해야 이 모든 빨래의 과정이 끝이 납니다. 제대로 빨래를 하려면 이틀은 족히 걸리는 일이로군요. 인두까진 기억 나지 않지만 시골의 밤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다듬이방망이질 소리가 떠오른답니다. 그러고보니 어린 시절 저희 어머니 역시 때가 되면 이불 호청을 뜯어 빨래를 해 다시 꿰매곤 했던 기억도 나네요. 매번 뜯고 다시 꿰매는 빨래라니... 지금으로썬 상상도 할 수 없는 정성이에요. 빨래의 과정은 복잡하고 고되지만 대가족이 힘을 합쳐 웃으며 빨래를 하는 모습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쉽게 누릴 수 없는특별한 정취가 느껴집니다. 엄마의 손길, 할머니의 손길, 그리고 햇볕과 바람과 물과 이슬같은 자연의 손길이 묻어 있어 더욱 예뻐요. 세대간의 손길과 자연의 손길, 그리고 작은 나의 손길이 더해져 더욱 소중한 빨래의 과정들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나무를 파고 찍는 판화로 빨래의 수고로움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엄마들조차 생소한 단어로 옷가지들, 빨래의 과정을 보면서 아이와 함께 신기하고 흥미진진한 그림만 보더라도 이야기 보따리를 한아름 늘어 놓을것 같은그림책이에요. 거기에더해 빨래를 하는 엄마의 수고에 감사하며 이 모든 집안 일이라는게 단순히 엄마 혼자의 일이 아닌 가족의 일임을 알려줄 수 있지요. 온기만 남은 인두를 받아들고 두근거리며 손수건을 다려보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훈육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확장하면 빨래와 같은 일조차 자연의 힘을 빌어 순리대로 행해 나가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운 삶을 논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교훈을 떠나서 작가들은 빨래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무척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답니다. 노동이 아닌 작품 속 꼬마 아이들처럼 신이 나서 어깨가 절로 들썩이며 읽을 수 있도록 힘을 실고 있어요. 아이는 옛문화의 정취를 물씬 받아들이고 엄마는 현대문물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재미있는 우리 걸작 그림책 <빨래하는 날>이었습니다 :D
헌 옷이든 새 옷이든 깨긋이 빨아 소중히 입었던 우리 조상들의 삶을 그린 그림 동화입니다. 함지, 다듬잇돌과 다듬잇방망이, 반짇고리, 화로, 인두 등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선조들의 살림살이가 이야기에 등장해 아이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옛 물건에 생소하고 낯선 아이들을 위해 친절한 설명도 수록 되어 있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이 곁들어진 판화형식의 그림들은 아이들이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